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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서울 서울 서울

민지영

서울 서울 서울

  “서울 서울 서울.” 서울을 세 번 반복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멜로디가 흘러나오고 뒤이어 “아름다운 이 거리”가 머리에 맴돈다면, 방금 흥얼거렸던 이는 아마 1988년 서울 올림픽을 떠올리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혹여 서울을 세 번 반복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2022년 동계 올림픽이 끝난 시점에 1988년 서울 올림픽을 목전에 두고 만들어진 노래를 떠올리며 서울을 생각하기는 어색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현재의 서울에서 지워진 과거 서울의 흔적을 쫓는 책을 소개하기에 꽤 어울리지 않을까.




김정은, 서정임, 정이삭, 『The Seoul, 예술이 말하는 도시미시사』, 이안북스, 2016

  먼저 소개할 『The Seoul, 예술이 말하는 도시 미시사』는 저자 3인이 기획자, 비평가, 예술가들에게 받은 원고를 엮어낸 책이다. 책은 “서울의 ‘나머지’ 역사를 시각예술로 읽기”를 목표로 하며, 기획자-비평가-예술가의 순서로 이들의 시선을 통해 서울의 잊히거나 사라진 장소를 예술이라는 도구로 ‘추적’해 나아간다.     






구보배, 김소철, 김지연, 이철호, 정재연, 〈오프닝 프로젝트〉(2013) 실현 전후

  그 중, 「침묵과 재현」(김장언)에서는 아르코미술관의 벽 하나를 없애는 것이 야기한 불화의 순간을 언급한다. 이는 2012년 아르코미술관의 공공미술 프로젝트 ‘퍼블릭아트 오픈콜 오디션’에 선정된 기획이다. 〈오프닝 프로젝트〉(구보배, 김소철, 김지연, 이철호, 정재연)가 없앤 벽은 미술관 최초 설계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만들어진 것이었다. 동시에 그 벽은 미술관의 공간을 구획해주는 선이자, 바로 그 뒤에 맞닿은 거주자가 공용 공간을 사유지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벽이었다. 김장언은 이에 대해 “공공미술 혹은 공공성이라는 개념이 동일하게 이해되면서도, 서로가 이해할 수 없는 지점을 프로젝트 팀은 출현시켰던 것”이라고 말한다.

  앞의 책으로 서울의 ‘나머지’ 장소 전반들에 대한 기억을 되짚어보았다면 두 번째로 소개할 책은 서울 강북의 중심 ‘종로 3가’를 필두로, 공적 기록물에 종로 3가의 주체로 남기 어려웠던 정체성들에 대한 논의로 이어진다.




서울퀴어콜렉티브, 『타자 종로3가 종로3가 타자』, 서퀴콜 프레스, 2020


  『타자 종로3가 종로3가 타자』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전시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0》에 참여한 그룹 서울퀴어콜렉티브(이하 서퀴콜)의 출판물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 책에 대해 서울퀴어콜렉티브가 ““도시의 특정 공간을 어떻게 정당하고 온전하게 기록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나름의 유효한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책의 서문 격에 해당하는 「종로3가로 가는 길」에서는 서퀴콜이 종로3가에 주목한 이유와 타자화에 집중하게 된 계기를 설명한다. 그곳의 오랜 주인들은 사실 도시재생 정책에서 1순위로 밀려나야 할 존재들로 치부된다. ‘노숙인, 성소수자, 낡고 더러운 가게, 어두운 골목, 포장마차와 노인 문화 등’은 해결하고 없애야 할 문제들로 인식되어 종로3가를 여태 꾸려온 이들의 자리를 인정받지 못한다. 서퀴콜은 종로 3가의 오랜 주인을 ‘타자’로 지칭되었던 사람들에서부터 기원하며, 이를 직접 그 공간에 있던 인물들의 언어로 이야기한다. 

  이 책은 서로 다른 기고자들의 글을 묶는 대제목을 문장으로 구성하지 않는다. 0, 1, 1.5, 2, 3으로 나눈 것에 대해 서퀴콜의 멤버 남수정은 ‘1부가 종로3가의 복잡다단한 시공간의 흐름을 정리하며 다양한 쟁점을 제시한다’면, ‘2부는 종로3가에서 일상을 보내는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인터뷰와 기고문을 통해 펼쳐 놓는 것’이라고 한다. 3으로 분류된 마지막 글에서 독자에게 종로3가의 의미에 대해 질문하는 것을 끝으로 책은 마무리 된다.

  두 책 모두, 한 명의 작가가 하나의 결론을 향해 달려가는 구성을 취하고 있지 않다. 여러 구성원들의 입을 빌려 잃어버린 서울의 모습을 다시 기록하고, 그곳에서 예술이 어떻게 연관되어왔는지 증언한다. 책이 내용을 담는 구성 자체가 서울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 알 수 있게 한다. 
  해가 더해갈수록 시시각각 형태를 바꿔가는 서울에서 우리는 서울의 어떤 모습을 남기고 기록할 것인지 혹은, 어떤 모습을 남기고 기록해야만 하는 것인지 고민하게 되는 시기이다. 


민지영 ji0min@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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